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35

8년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135

더시민 0 431 0

안녕하세요. 오유 독자님들^^ 기왕지사 이리 되었으니 3연참 가겠습니다.  아마 다음주면 우리도 이별이 되겠군요. 날짜 계산을 해보니 좀 어정쩡 해서.    다음주에 시원하게 완결을 내는게 좋겠다 싶어 올립니다! ----------------------------------------------------------------------------- D 본사 직원 출장검수 일주일 전. 창희가 임의로 발생시킨 불량점의 좌표를 신규 프로그램이 받고,  그 데이터를 취합하여 업체 기기로 전달하는 테스트를 거쳤음.   여기서 1차적인 문제가 생겼음.  내 프로그램이나 창희의 프로그램은 불량점을 1개씩 빠른시간에 주고 받으며 동작함.  그러나 업체 설비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음.  나: 어떻게 된 겁니까? 시리얼 통신으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면서요?  업체 팀장: 아…그게…본사에 문의 해보겠습니다..;;  이 한방에 좋았던 분위기는 다시 나락으로…  …………….  다음날  업체팀장: 본사에 문의해보니..저희 기기는 구간별로 미리 데이터를 입력해야  연속적인 바코드 출력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나: ??  예를들어 이런식임. 10M 구간동안 100개의 불량점 좌표가 발생했다고 하면,  이걸 1개의 명령에 1개씩 불량데이터 처리 방식으로 처리한다면  기기 내부 프로그램은 100번의 명령을 처리 해야 함.   그들의 프로그램은 그 속도를 못 따라간다고 함. 근데 1개의 명령어에 100개 불량점을 한번에 담아 마킹기로 전송하면  데이터는 100개이나 1번의 명령을 처리하는 것이기에 처리가 가능하다고…  이게 무슨 원리야…본인도 처음 들었을때 '?' 하는 표정이었음. ㅋㅋ 이런거임. ㅋㅋ  우리가 샌드백을 치는데 깊게 숨한번 참고 100번 샌드백에 펀치질을 하는것과 이번에는 한대 치고, 숨한번 쉬고, 한대 치고, 숨한번 쉬고. 이렇게 펀치 100대를 쳤다고 볼때 100회 타격을 수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당연히 숨 한번 크게 참고 100번을 치는게 빠름.  이 업체의 시스템은 이 한 '호흡'(Command) 이 중요하고,  가능하면 한번의 호흡(Command)에 많은 펀치(Data)를 넣어 달라는 거임.  [이 비유는 도저히 업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윗대가리들을  이해 시키기 위해 당시 본인이 썼던 비유임 ㅋㅋ 나는 문과를 가야 했을까...?]  나: 아오…쉽게 좀 가지… 복잡해지네;;  K이사: OO야..어떻게 안될까..?  나: 이거요. 지금은 장비 수급때문에 임시로 시리얼통신을 쓰는거지만, 소켓통신으로 가면 이럴 필요가 없을까요?  업체팀장: 네! 거기는 진짜 문제 없습니다.  나: 그럼 그 말이 사실이 아닐경우 어떤 책임을 지겠다 각서도 써주시나요?  업체팀장: …!?  나: 도저히 못미더워서요. 각서 쓰시죠. 저희한테 장비 대금의 2배를 배상하겠다 그런거.  그런게 있으면 미리 얘기가 되야지. 그전부터 내가 확인을 몇번 했는데 다 된다면서요!! 검수를 코앞에 두고 이제 말을 해요!?  K이사: …….;;  업체팀장: 본..본사에..명확하게 다시 확인 하겠습니다..!!  …………  업체팀장: 알아본 결과…소켓통신으로 해도..똑같다고….  나: 아오;;; 왜 그게 안되지?? C++로 짠거 아녜요?  업체팀장: 파..파이썬으로 프로그램 했다고 하던데요..  창희: 왜 이런 실시간 장비에 파이썬 같은 언어를…  나: 모르지. 파이썬이 속도가 어느정도 되는지…확실한건..어렵겠어 저 마킹기 컨트롤하기..  K이사: 방법이 없는거야?  나: 일단…해보는데 까진 해봐야죠. 창희씨 마킹기 부터 신규 장비 까지 실제 거리가 어느정도 됩니까?  투덜이: 4M 정도 됩니다.  창희: 오? 생각보다 많이 여유가 있네요?  나: 그러게? 이거 하나는 마음에 드는구만!! 한 호흡에 주먹질 천번은 넣을 수 있겠어! 좋은데!?  [이후 현장 장비 적용 때....실제 길이는 500mm도 안되었음...PM이란 놈이 설비 도면도 볼 줄 몰랐음... 고객사 담당(빌런)에게 이제와서 코드 수정한다고 욕먹으며 일 해야했음...정말 투덜이 너는.....하아....]  나: 그럼 내 프로그램에서도 엔코더 진행값을 읽고 있으니, 1M 단위로 내가 불량 좌표를 누적하고,  1M마다 쌓은 불량점들을 시리얼 명령어로 한번에 변환해서 원 커맨드로 신규 장비에 전달하는 방향으로 해보죠.  될 진 모르겠지만..  [투덜이 덕분에 나도 예측 못한 지뢰가 심어졌음.....]   ***   마음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몇번 수정을 해보니 금방 수정이 가능했음.  여기서도 OOP 구조가 빛을 발한것이,  좌표 받기 / 쌓기 / 시리얼 명령어 만들기(헤드/ 바디/ 테일) / 전송하기/ 기능별로 구분해 놓았기 때문에  쌓기 파트와 바디 만들기 파트에 조금만 변형을 가하니 순식간에 원하던 결과가 만들어 졌음.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코드 수정을 완료할 수 있었음.  창희: 빠르다..확실히 좋은 구조에요 OO씨.  나: 나도 이렇게 빠르게 될진 몰랐어요 ㅎㅎ  그러나 비 프로그래머들은 반응이 좀 떨떠름 했음.  ‘그렇게 쉽게 고칠 수 있는걸 큰소리 치면서 마킹업체 팀장한테 각서 운운하면서 으름장을 놨냐…?’  하는 느낌.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내 코드가 이렇게 잘 짜여있는것을..ㅋㅋ 이런 장비 업계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한다는건 아주 오묘한 그런게 있음.   아주 쉬운 기능도 몇일씩 수정하면 비 전공자들 눈에는 어려운 일이 됨.  반대로 아주 어려운 일도 빨리 해주면 매우 쉬운일이 되버림.   당시만 해도 내게는 마지막 프로젝트였고, 더이상 눈치볼거 없고, 계산 없이 일하고자 했음.  그것이 실책이 되었으니… 뭐든 그들눈엔 쉬워보이는 일이 된거임.  다시 테스트를 해보았음.  사람들: 오오!! 된다! 된다!! 와아아~~~  나: 휴. 한시름 놨네 ㅋ  창희: 그러게요 ㅋ   ***   시간은 흘러 검수날이 되었음. 일본 직원은 아주아주 순하게 생긴 어린 청년이었음.  사람들은 그를 마쓰모토상 이라고 불렀음. 그는 일단 프로그램부터 실행해 보았음.   마쓰모토: $!%#$%!%??  정차장: 오~ 마쓰모토상이 여기 번쩍 번쩍 빛나는 로고 효과는 뭐냐고 좋아하시네요. ㅋ  K이사: 어? 그러게?? 이거 이전에도 있었던가?  나: 후후…그동안 심심해서 부가 작업 해놓은거죠. 보통 멋진 프로그램들 실행할 때  부팅하는동안 멋지게 동영상 나오잖아요? 따라해 본거죠 ㅋ  창희: 와…MFC 같은 쓰레기 개발도구로 이런걸 만들 수 있구나!!!  그러나 이 짓은 ‘뻘짓’ 이었음. 이런것도 장비가 잘 될 때나 가능한거지.. 프로그램이 픽픽- 죽어나갈때 이런게 뜨면 화딱지 나서 쥬금.  다행히 검수는 순조로웠음. 마쓰모토상은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칭찬 일색이었음. 특히나 프로그램의 색상, 디자인, 배치 같은 부분에 제대로 꽂힌것 같았음.   정차장: 기존에 우리회사 프로그램은 너무 올드해 보여서 안그래도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합니다.  회사에 전문 UI 디자이너가 있냐고 물어보시네요?  나: 그딴거 없습니다. 그냥 제가 만든거에요.  K이사: 정차장. 그냥 있다그래. 이제부터 우리 회사도 좀더 깔끔한 GUI를 목표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고!  정차장: @@$!$#!%@%  마쓰모토: 오~소데스까? 요시요시~~~  나: 이거, 제어동작. 이대로 가도 되는지 좀. 물어봐주세요.  그래도 이 사람은 사용자니까 이런 제어쪽도 많이 봤을꺼 같은데.  정차장: @$!%#@$!@%!$  마쓰모토상은 별다른 지적이 없었음.  만약 동작간에 충돌같은 문제가 생긴다면 그냥 원점 한번 잡으면 되지 않냐.  실린더 동작들도 초기 셋업만 잘 잡으면 서로간에 간섭나는 구조도 아니니 별거 없다.  마냥 칭찬 일색이었음.  그래..때려박으면 원점 잡는거.  예전회사도 다 그랬었지…그럼 이걸로..모션제어쪽은 한시름 놔도 되겠구만..안심했음.  그 밖에도 나는 몇가지 질문을 했음.   1. 당신들 PLC와 신호를 주고 받지 않느냐.  할당 주소들과 항목들이 전혀 전달된게 없는데 어떻게 할 생각이냐? 자료를 빨리 공유해달라.  2. 우리는 기존부터 주로 OOLINK로 bit 정도 처리하는 수준이 다 였다.  그외에 String 이나 Word, DWord 단위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경우가 없었다.  혹시 그런 케이스가 있는가? 있다면 우리도 새로 공부를해야 해서 즉각 대응이 어려울것이다.  3. Auto 동작 중에는 시퀀스 관계없이 설비가 동작하는건 있을 수 없지만,  메뉴얼 상태일 때는 강제 신호를 줄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문제가 없겠느냐? 내 경험상, 셋업때 한번씩 강제로 움직여 줘야 하는 순간들도 있었다.  4. 지금 짜둔 시퀀스가 ~~~~이렇게 짜여있다. 혹시 특별한 D사만의 규칙 같은건 없는가?  마쓰모토상은 모든게 다 문제 없다고만 답했음.  모든 검수는 아주 성공적이었고 그날 해당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비싼 소고기집에 마쓰모토상을 데려가 고기 파티를 즐겼음.   그들과 2차로 노래방을 간다고 하는데 일본인은 역시 일본인 답게.  ‘안돼! 선은 지키자.’ 하면서 유유히 자기 숙소로 들어가 버렸음.  술을 안먹는 본인 역시.  칼같이 집으로 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밤새 술을 달렸음.  정말 회사 입장에서는 고무되는 상황이었음.   ***   그러나 기쁨은 얼마 못가 '긴장감'으로 변했음.   [한국의 D사에서 급하게 연락이 왔음.]   미우나 고우나 같은 한국인이라는 정이 있어서 그런걸까.  목사님과 철중이형은 강력한 경고를 보내왔음.     D사 본토에는 70살이 넘은 ‘마물’이 한마리 산다고 함. 요괴라고 했던가??  일본에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고 함.   하나의 기술에 빠지면, 주변에서 아무리 높은 자리를 준다고 꼬셔도  ‘장인정신’으로 모든걸 거부하고 그 분야만 끝까지 파고드는 ‘기술장인’들.  D사에도 일찍이 ‘임원’의 길을 마다하고 전설적인 기술자로 남은 요괴가 한마리 있다고했음.  그는 ‘엔지니어’ 신분이지만, D사의 회장하고도 겸상틀고 밥먹는 ‘회장급’ 엔지니어.  목격자들의 말에 의하면 머리가 하얀 백발이라고 함.   그를  ‘백면서생’이라고 하겠음.      그는 PLC 엔지니어라고 함. 거의 45년을 PLC만 파고들었다는  '생사경'일 지도 모르는 경지였음. 우리가 설비업계에서 아는 대부분의 일본회사가 이 남자를 알고있다고 했음.  오사카 사람이라 그런가 마치 경상도 사람들이 짜증낼때 쓰는 말투같이,  그가 ‘잔소리’를 하면 한국의 D사 직원들도 학을 뗀다고..  그런 백면인이 이 신규 프로젝트에 숨겨진 책임자로 예정되있다는 소식이었음.  그는 여느 일본인들과는 다르게, 간섭이 심했고 잔소리도 심했음.   설비에 있어서 결벽증 환자같은 태도와 작은 먼지에도 집착을하는…. 제국주의 꼰대의 정석.   ***   한국에서 셋업한 장비가 일본에 도착했다는 소식과 동시에  이 늙은 요괴는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되었음.  이 요괴는 설계도부터 지적했음. 나야 도면 같은걸 볼 줄 모르니 그런가 보다 했지만,  이 늙은 요괴는 설계에도 조예가 깊었나 봄.   그는 폰트부터 하여 표기 방법, 표기 위치, 표기 용어 하나 까지 꼬투리를 잡았고,  그럴때 마다 우리회사 설계관련 인원들은 밤샘 작업을 하여 도면 수정을 해야했음.  무려 5일동안..  대단한건, 이 요괴의 지적내용은 군더더기 없는 FM 이었고,  이미 오늘날에는 '유도리' 라는 이름으로 사장되어 사라진  설계 지식들도 엄청나게 포함이 되어있었다고 함.   오죽하면 밤샘하는 설계 직원들이, 눈빛이 초롱초롱해져서 일을 했으니… 생사경의 고수에게 엄청 고된 수련을 받는 수련기사들 같은 태도였음.  이 대요괴는 시작부터 모든 작업을 지연시키며  협력업체의 똥줄을 위협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했는데  [어...어째 나랑...흠흠...]  설계 파트에서 일주일을 지연 시키고, 사람들을 5일 밤샘작업 시켰음.  [난 저러진 않아....휴우....]  두번째는 구매품에 대한 것인데, 본인은 실린더나 기계의 사양, 원리를 잘 모름.  기억나는 대로 서술하자면, 실린더란 공압을 밀어넣어 피스톤 식으로 기계를 움직이게 만드는 장치임.   이게 여러 종류가 있는데, 신호를 주면 공기의 압력이 쭉 들어오고,  신호를 끄면 압력이 쭉 빠지는 실린더가 있고,   신호를 끄더라도 이미 들어간 압력이 유지되고,  다시 신호를 주어야 압력이 빠지는 실린더가 있다고 함. (완전히 빠지는게 아니고 중간 위치까지 빠진다고 했던거 같기도....암튼 잘 모름 ㅋ)  요괴의 눈에 이 실린더 품목이 눈에 띈거임.  그의 설비 상식으로서는 불필요한(과도한) 실린더가 마음에 안들었던거 같음.  그는 스무고개 하듯이 비전팀에게 숙제를 내 주었음.   실린더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그 공부한 내용을 자신에게 이메일로 전달 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작업중지. ㅋㅋㅋㅋ  사람들은 대 요괴의 환술에 걸려, 무작정 따르는 수 밖에 없었음.  뭔가 실린더가 잘못 선정 되었다는 느낌과,  실린더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보고서를 올리라는 과제는 그렇게 3일동안 업무를 지연시켰음.  종국에는 우리 설비 컨셉이라면 신호 On에 공압이 들어가고,  Off에 빠지는 정도의 실린더만 사용하면 될 것인데,   왜 불필요하게 압력이 유지되는 실린더를 쓴거냐고 2시간 넘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음.  너네 이딴식으로 기구물에서 돈 튀겨먹는거냐고..ㅋㅋ    업체간에 일을 하는 입장에서, ‘공부를 해오라’, ‘공부한 내용을 검사 받으라’는 태도를 일찍이 본적이 없음.  저 빡세다는 L사도 이런 태도는 보이지 않을거임..  그러나 40년 짬빠의 대요괴는 틀린말을 절대 하지 않았고,  그의 요구 하나 하나에는 묘하게 우리를 성장시키는 느낌의… 업무와 동시에 실시간 레벨업되는 기분이 느껴져..사람들은 혼란스러워했음.  [아군인가!? 적군인가!?]   ***   그런 전설이 있다고함. 이 백면서생과 함께 일하면,  어떤 핫바리 기술 업체를 가져다 놓더라도 빠른시간안에 그들이 원하는 기술력을 갖추게 된다고.. 그에 대한 전설이  또하나 있었음.  D사 장비는 S사에 납품이 되기도 하는데, 중국에서 이상하게 어떤 때는 검사가 잘 되는데  컨디션이 않좋을때는 과검, 오검이 많이 발생하는 이슈.   그에 따라 각 업체들마다 출장을가서 원인 분석을 했고,  장비의 진동부터, 외부적인 환경변수까지 모두 확인을 해 보았지만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음.   S사는 화가났고, 한국 업체들을 모두 라인에 1열로 줄을 세워 개갈굼을 먹였다고 함.  S사가 이럴 정도면 상황이 많이 심각하다는거임.  맥주 한잔도 업체랑 안먹는 그들이 현장에서 욕을!? ㅋㅋ  이 장비는 결국 D사라는 이름으로 납품이 되었기 때문에 최종 책임은 D사에 있었음.  그때 한번 대 요괴가 열도에서 대륙으로 날아간 적이 있다고 했음.  S사 현장 등판.   이 백발의 노인은 조용히 눈을 감은채로 설비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돌아 다녔다고 함.  그러길 20분…  눈을 부릅뜬 요괴영감..  백면인: 코코닷!!!! (여기닷!!)  그는 이 한마디를 남기고 휑 하니 라인밖으로 나갔다고함.  그리고 D사 업체 직원들은 그가 지적한 위치를 열심히 분해-!! 그리고 발견했다고 함.  이 곳에서 발생하는 불규칙한 진동…  기계로도 측정되지 않던 진동을 이 대요괴는 느낀거임.  그렇게 이 사건은 해결되었다고..  처음 들었을때 무슨 도시전설인가 하면서 웃었었는데, 지금 그 장본인이 우리를 지켜보고있는거임…;;  그리고 요괴의 손은 스멀스멀 우리 소프트웨어에도 미치기 시작했으니…   ***   현장에 장비가 들어가고, 첫 셋업이 진행되었음.  이 업무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게 …애초의 계획과는 다르게 현지로 출장이 금지 되었음.   왜냐면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었으니까.. 원격 셋업이라니..이제는 디버깅도 원격으로 해야하는 상황..셋업도 문제였음.  기본적인 기계설치는 현지 회사 하나를 임시로 고용하여 설치했음,  세부적인 셋업은 D본토 직원들이 우리 직원들의 원격 지시를 받아 진행.   이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많았음.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모두 대 회의실에 모인상태.  현지 PC와 우리 PC가 원격으로 연결되었고 화상미팅 모드로 모든 일이 진행되었음.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채 오로지 설비만이 덩그러니 화면에 나오는 상황.  어두운 화면 너머로 늙은 요괴의 음성, 그의 숨소리가 들려왔고.  드디어 그의 앞에서 첫 프로그램 부팅을 하는 날이었음.  현장인원: 자 그럼 프로그램 실행합니다..  우리 화면은 현장 PC 모니터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윈도우 바탕화면이 나왔고,  그 한가운데 우리회사 로고가 번쩍~번쩍~ 올라왔음.   요괴가 마음에 안드는듯 말했음.  백면인: 한창 셋업하는 시기에 쓸데없는 로고 광고로 시간만 잡아 먹는군..  정차장(통역): …라고 하십니다..  사람들: ………..;;  백면인: 흠…일단 눈 어지럽게 이것저것 다 보여주지 않는 부분에서는  깔끔하다고 인정해야겠군..심플해 보이고 좋아.  나: ……..  현장인원: 어떤걸 먼저 확인하시겠습니까?  백면인: PLC 신호 모니터링 화면부터!  현장인원: 하잇!!!  백면인: 음…나쁘지 않아. 향후 추가될 부분까지 해서 충분한 여백이 있구만.  그런데 여기 표기되는 신호 이름들이 다 영어인데? 너네 미국에다가 장비 팔았어?  그래..이럴줄 알았다. 나는 기술적인 그들의 용어를 몰라 일본어로 번역을 요청했으나  너무나도 바쁜 정차장은 번역 작업을 하지 않았음.  이건 그럴 수 있음.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하지 않나? 친절한 금자씨도 있는데!? 내 요청에도 비전팀은 그저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했었음. (아니..그럼 통번역 업체를 쓰던가-!!!!) 그 결과 백면인의 핀잔을 들어야 했음…시작이 않좋아..  나: 본인이 일본어를 할 수 없어서, 회사에 요청을 한 상태였지만  다들 바쁜 나머지 처리가 되지 않았네요. 라고 통역 해주세요.  정차장: …….;;;  비전팀: @#$!%%!$!!….  K이사: OO야…백면서생이야…백면인 한테 그렇게 말하면…;; 우리 회사가 어떤…;;;  나: 틀린말은 아니잖아요? 저도 준비를 안했으면 모르겠는데, 저는 이 상황을 예견했고, 협조 요청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안된거죠. 저는 백면인에게 제가 부족해서, 일을 허투루해서 이렇게 된게 아니라는걸 전하고 싶은 겁니다.  저 결벽증 엔지니어에게. 같은 엔지니어로서 나태해 보이고싶지 않은거에요.  K이사: 그럼…우리 회사는 나태해 보여도 되고…?  나: 이건 저 백면인과 제 ‘전장’ 입니다. 싸움이라고 진절머리나게 해본게 저에요.  지금 저 사람은 우리 회사를 보고있는게 아니라 ‘저’를 가늠해보고 있다구요.  정차장: 저….그래도 OO팀장님 이기자고, 회사를 깎아내리는건 좀….;;  나: 아 진짜 답답하시네; 제가 밀리면 우리가 지는거라니까요???  [내가 억제기라고!!!]  투투: 허~참 ㅋㅋㅋㅋ;;;OO씨. 너무 과한생각 아니에요??  아아…왜 나에게만 보이는 것인가…!! 저 얼굴한번 본적 없고,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 그리고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사람..!!   그럼에도 이렇게 저릿저릿하게 '요기' 가 전해져 오는데..;;  이 전투경험 없는 일반인들은 어째이리 한결같이…;;  내 말을 통역을 하냐 마냐로 우리는 무려 5분동안 설왕설래를 했음.  백면인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나는 상황.   백면인: 니들 뭐하냐? 했으면 했다. 안했으면 죄송하다 그 간단한 대답도 못해서 니들끼리 그러고있냐!?  정차장: 모..모오시아게고자이마셍;;(겁나게 죄송합니다)  나: 하아ㅡㅡ; 진짜. 그럼 이렇게 전하세요. 거기 있는 이름들은 사용자가 편집가능 하도록 만들어 뒀으니.  필요하면 직접 일본어로 기입해서 쓰라구요.  정차장: 넵!  백면인: 아니. 이걸 수정하도록 만들어 놓으면..!  아무나 만질것이고 누가 잘못된 정보를 기입하면 어떡하나??  나: 그래서 프로그램에 사용자 로그인 기능을 넣어놨어요.  백면인: …어…음…소까?(그랬나..)...요시…(좋아..)  이것봐라. 저 늙은 요괴의 방향은 명확하다.   기술자로서 이 프로젝트의 ‘대가리’에 올라서기 위해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꼬투리를 잡아 가려는 것이다..!!   1대1로 소통이 가능하면 이길 수 있을텐데.. 애시당초 중간에 정차장이라는 존재가 심히 거슬렸음..  백면인: 음..일단 신호는 오케이. 근데 말이야. 지금 당장 추가 항목을 하나더 넣어야 겠어.  나: !?!  백면인: 지금부터 PLC에서 읽히는 Roll의 진행 거리를 너네 프로그램에 전달 할까 한다. DWORD 영역으로 32bit 형식으로 하여 상위/하위 16bit씩 잘라서 데이터를 보낼테니 당장 통신을 준비해.  나: 차장님. 이 부분은 제가 이전 마쓰모토씨 한테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는 bit만 다뤘기 때문에 저희 회사 코드에는 DWORD 단위를 다루어본 코드가 없어요.  OOLINK에 따로 연락해서 문서 확인과 테스트 코드를 만들어 봐야 합니다.  정차장: 저...팀장님...그 말씀은....결국 모른다는 거잖아요.....  나: 네. 모르죠.ㅎ 근데 시간을 주면 알 수 있는 일이니까 양해를 좀 구해봐야죠^^  K팀장: 야....고객한테 어떻게 모른다고 말하냐...그것도 저...백면인을 상대로....  나: 모르는걸 아는 척 하다가 더 낭패를 봐요. 그리고 저쪽도 사전에 제 질문과는 다른 요구를 한거니까 명분이 없구요. Roll의 진행거리는 단순 모니터링 용이지, 동작에 연계되는 항목이 아녜요.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1순위가 아닌거죠.  투투: 아무리 그러셔도, 어떻게 개발자가 고객한테 모른다고 말합니까?  나: 그럼 모르는걸 안다고 해요? ㅋㅋ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니까요? 다들 왜이러시지들??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요??  K팀장: 야. 그냥 안다고 해. 아는데 나중에 처리하자고.  정차장: 코노 몬다이와...#$!$#$$@^$#^%$  백면인: 니들 지금 거짓말 하냐?ㅋ 기술자가...엔지니어가...알고 있는 문제를 나.중.에. 하자고  회피를 한다!? 니들 눈에는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사람들: ..........;;;;;;;;;  나: 이런 씨X. 봐요. 여기 다 바보들만 보였나?? 이게 안보여서 굳이 이런 상황을 만들어요?  백면인: 거기 개발자는 엔지니어의 자존심도 없나 보구만? 근데 그거 알아? 자존심이 없는 인간은 '실력'도 없다는거.  [어어!! 그건 나도 동의하는 바요!!! 숨만쉬고 70년을 산건 아닌가보네!!!]  정차장: 모...모오시아게 고자이 마스....ㅠㅠ  백면인: 그 개발자한테 기본 마음가짐 부터 공부하고 오라 전해.  정차장: .........라고 하십니다....  나: 아오....빡치네....ㅡㅡ  역대급 전설의 대 요괴와 요괴 전쟁이 시작 됨...
..행복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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